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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일보] 세상보기-순수의 역설(장수익 교수)

작성일 2017-09-08 10:22

작성자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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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순수’라는 말만큼 어감이 좋은 말도 없는 것 같다. 이 말은 더럽거나 불순한 것이 조금도 섞이지 않은 것을 뜻하기에 왠지 인간이라면 지향해야 할 이상을 가리키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말은 그만큼 위험하기도 하다. 순수를 위해서는 순수하지 않은 것을 구별하고 배제해야 하는데, 이때 배제되는 대상이 과연 배제되어 마땅한 것인가 또는 그렇게 배제하는 권력은 또 누구의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문을 보여주는 사례로 ‘순수문학’이라는 용어가 있다. 1980년대까지 많이 쓰였던 이 용어는 문학은 비정치적이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독재정권이 지배하던 당시의 중등 국어 시간에 순수문학을 옹호하는 글을 다들 배웠던 탓인지는 모르지만, 문학은 순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종의 상식처럼 통용되기도 했다. 그리하여 정치적 입장을 드러낸 문학은 불순하고 더럽다거나 심지어 문학도 아니라는 판단이 일반화되었으며, 그러한 작품들은 그 작품성을 따지기도 전에 이미 불순하고 나쁘다는 낙인이 찍히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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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 2021-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