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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김완하의 시 한 편- 잃어버린 손 심언주(김창완 교수)

작성일 2017-04-18 09:46

작성자 장효진

조회수 1156

수정

 

악수하면서 내 손을

그의 손과 바꾼다

남의 손으로 밥을 먹고

남의 손으로 일기를 쓴다

물건을 떨어뜨린다

손을 다친다

나와 손의 불화는 계속된다

버스 손잡이마다

수평선마다

책장마다

밑줄마다

손이 있다

주체할 수 없는 손들을

펄럭이는 천수관음보다도

나는 손이 많다

잠자리를 잡았다가

놓치는 순간

잠자리는 허공으로 내 손을 끌고 간다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비는 대가로

반가움 표시인 악수는 실로 깊은 철학의 산물. 우리는 늘 악수하며 내 손을 그의 손과 바꾼다. 그러니 그 사람은 다른 사람과 나의 손을 바꾸고. 나는 또 그의 손을 다른 사람과 바꾸는 것. 그렇게 악수하며 우리는 다시 또 그의 손을 그들과 바꾼다. 나의 손은 그들의 손이고. 그들의 손 또한 우리들 손인 셈. 그러므로 손은 언제나 복수다. 손이 쌓여 역사를 이루고 손이 모여 인류를 형성한 게 아닌가. 손은 언제나 나눠야 한다. 작은 손길이라는 말 있지 아니한가. 손이 길을 내고 길 가면 길손이라는 말도 생기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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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 2021-03-11